"웨어러블로 실제 운동 동작을 추적할 수 없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갤럭시 버즈 센서 데이터를 활용한 웨이트 트래킹 서비스를 기획하고 3개 사업부에 기술 이관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갤럭시 버즈 안에 IMU 3축 센서(가속도계 + 자이로스코프)가 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리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는 센서 — 이걸로 운동 동작을 트래킹할 수 있지 않을까?
웨이트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무거운 걸 들 때 휴대폰은 주머니에서 빼놓고, 워치는 손목이 불편해서 풀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어폰은 다릅니다. 음악을 들으며 운동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거의 모든 사람이 착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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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사이트: 웨이트 환경에서 가장 착용률이 높은 기기는 이어폰이다. 이미 착용하고 있는 기기에 센서가 있다면, 별도 기기 없이 운동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발견이 Busco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별도의 웨어러블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이미 끼고 있는 이어폰을 활용한다는 접근. 사용자에게 새로운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 차별화였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난관이 바로 센서 스펙이었습니다.
버즈에 IMU 센서가 들어간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에어팟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운동 트래킹 같은 목적성을 갖고 설계된 게 아니었기에, 충분한 성능을 내지 못했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트래킹하는 API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사업부 협조를 얻고, API 개발을 요청하고, 성능 테스트까지 하는 건 짧은 시간 안에 감당하기엔 리소스가 너무 컸습니다. 정공법으로는 가능성을 검증하기도 전에 시간이 다 지나갈 판이었습니다.
판단: 센서가 안 되면, 같은 스펙을 가진 다른 도구로 먼저 가능성을 증명하자.
그래서 버즈의 IMU와 동일 성능의 아두이노 센서를 헤어밴드에 부착하고, 웨이트 운동 동작을 트래킹하는 프리토타이핑을 진행했습니다. 완벽한 환경을 기다리지 않고, 가진 것으로 가능성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두이노 IMU 센서를 헤어밴드에 부착하고 바벨 운동 중 동작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습. 버즈 센서와 동일 스펙으로 가능성을 먼저 검증했다.
IMU 센서 모듈 조립 → 멀티미터 회로 테스트 → 앱 연동까지의 하드웨어 프리토타이핑 과정
이 프리토타이핑은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했습니다. 머리에 부착된 IMU 센서로 웨이트 동작을 구분할 수 있다는 기술적 가능성과, 이 방식이 실제 운동 환경에서 작동한다는 현실적 타당성.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부 협업과 API 개발 요청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토타이핑으로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정작 운동 종류마다 정확도 차이가 심했습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머리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 운동 — 예를 들어 레그프레스 같은 하체 운동은 카운팅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어폰 센서의 구조적 한계였습니다. 머리에 부착된 IMU 센서는 상체 운동에서는 미세한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지만, 고개가 고정된 채로 수행하는 운동에서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이대로는 "일부 운동만 되는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돌파구는 '루틴'이라는 개념에서 찾았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는 점진적 과부하(Progressive Overload)라는 핵심 원칙이 있습니다. 장기적인 플랜 하에 점진적으로 무게·횟수·세트를 늘려가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미리 짜둔 루틴이 필수입니다.
역발상: 사용자가 어떤 운동을 할지 미리 알고 있는 상태에서 트래킹하면, 모델이 모든 운동을 분류할 필요 없이 특정 운동의 패턴만 정확히 감지하면 된다. 루틴 기반 접근은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기술적으로 이 방향은 우리에게 매우 유리했습니다. "아무 운동이나 알아맞히는" 범용 모델이 아니라, 루틴에 등록된 운동만 정확하게 잡아내는 특화 모델로 전환한 결과, 정확도가 크게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실시간 트래킹이 가능하다는 것은, 운동 중에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운동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지점을 감지해서 다음 세트의 무게나 횟수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실시간 운동 피드백 기능을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습니다.
결과: "정확도 부족"이라는 약점이, "루틴 + 실시간 피드백"이라는 기존에 없던 제품 경험으로 뒤집어졌다. 센서의 한계를 인정하되, 제품 설계로 우회한 셈이다.
Busco 프로토타입 영상 — 루틴 기반 운동 트래킹과 점진적 과부하 개념이 적용된 데모
11개월간의 기획·개발을 거쳐 C-Level PT에 참여했습니다. 총 13개 CLAB 팀 중 최고 등급을 획득했고, 이를 계기로 사내 피트니스 TF가 신설되며 팀이 5명에서 13명으로 확대, 과제 규모가 커졌습니다.
프로젝트의 기술 자산은 MX·디자인경영팀·로봇사업부 3개 사업부로 이관되었으며, 이후 Armstrong TF(신사업팀)의 피트니스 코칭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CLAB 페어 — 경영진 및 임직원 직접 체험
0→1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
아이디어가 좋아도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Busco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버즈 센서 데이터의 정확도가 초기 기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을 때였습니다. "이 방향이 맞는가?"를 묻는 대신, "어디까지가 가능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재정의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사내 벤처 실험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다
Busco에서 검증한 IMU 기반 동작 인식 기술은 3개 사업부로 이관된 뒤, 현재 갤럭시 버즈 팀에서 실제 제품 적용을 위한 기술 검토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내 벤처의 실험이 양산 제품에 반영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입니다.